갓쀼의 경제 이야기/망한 기업 시리즈

갓쀼의 망한 기업 - 3탄 [웅진그룹은 어쩌다 핵심사업을 잃었을까? feat.론스타]

갓쀼 2020. 12. 27. 23:08

안녕하세요!

경제 블로거 갓쀼입니다!

갓쀼의 망한 기업 3탄은 웅진그룹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웅진이라는 그룹명을 들으면 자연스레 웅진씽크빅 코웨이에 대해서 떠올릴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코웨이는 정수기 렌탈 사업의 시초이자 지금도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웨이는 매년 4천억원 대 이상의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해내는 알짜 회사입니다. 그러나 현재 코웨이는 웅진그룹에 속해있지 않으며,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게임회사인 넷마블에 인수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기 전에, 웅진그룹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볼까요?

 

웅진그룹의 모태는 윤석금 회장이 1980년에 설립한 '헤임인터내셔널' 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해외에서 영어회화교재를 수입하여 판매하였으나, 1983년 사명을 웅진출판으로 변경하여 출판/교육 사업에 주력해왔습니다. 이후 동일삼업(現 웅진식품)을 인수하여 식음료업으로 사업을 확장하였고, 1989년에는 웅진그룹을 대기업 반열로 올려놓은 한국코웨이를 설립했습니다. 웅진그룹은 한국 경제 성장의 흐름을 타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왔습니다.

B2C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룹의 모태 [웅진씽크빅]
매우 훌륭한 브랜드 가치를 지녔던 웅진그룹의 옛 계열사...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현재 웅진그룹은 매우 훌륭한 브랜드 가치를 가진 계열사들을 모조리 잃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공정위에서 지정하는 대기업그룹집단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중견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코웨이의 경우 코로나로 모두가 힘겨워하는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며 렌탈사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렌탈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웅진그룹이 그 결실을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렇다면 웅진그룹은 어떻게 코웨이를 잃고, 본인들이 개척한 시장에서 쫓겨나게 되었을까요?

 

모든 것은 하나의 잘못된 인수합병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웅진그룹의 몰락은 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외국 투기자본의 위험성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웅진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확장전략의 핵심은 건설업 및 태양광 사업 진출이었습니다.

웅진그룹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들을 임원으로 영입하였고, 이들이 태양광사업과 건설업 진출을 주도하였습니다.

 

I) 건설업 진출 - [극동건설]

웅진그룹은 2007년 건설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외국계 투기자본인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66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극동건설은 당시 업계에서 약 3,000억 수준이라도 평가됐는데 웅진은 해당 금액 수준보다도 2배 높은 가격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6600억 중 약 2500억 가량만 그룹의 자본이 투입되었고, 나머지 4100억원은 모두 부채였을 정도로 많은 레버리지를 당긴 투자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극동건설은 이미 론스타로부터 뼛속까지 탈탈 털린 껍데기 상태였습니다.

2003년 론스타는 극동건설 주식 1476억원, 회사채 1230억원을 매입하며 인수했고, 6개월 뒤에는 소액주주 지분 224억원을 추가 매입하며 론스타를 자진 상장폐지했습니다. 자진 상장폐지의 목적은 회사 알짜자산을 빼돌리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론스타는 회사를 인수한 후 극동건설 보유현금으로 회사채 1230억 원을 바로 상환하였으며, 인수 첫 해 영업이익 162억원보다 많은 240억원을 배당하며 투자금 회수에 즉시 나섰습니다. 이후에도 론스타는 유상감자, 배당 등을 통해서 매년 막대한 금액을 회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론스타는 극동건설 매각 전까지 인수자금 1700억원보다 많은 2200억원을 회수했습니다. 따라서 극동건설은 2007년 매각 당시 실질적인 기업가치는 1300억원 정도로 평가되었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밸류에이션 가치가 3000억원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주요 자산을 모조리 팔아버린,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대부분의 수익을 배당으로 소진해버린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웅진그룹은 무려 2배의 가격을 주고 인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한 시점은? 바로바로 2007년입니다.

1년 후 그 유명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국내 건설경기는 급속도로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론스타의 자금회수로 이미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극동건설은 위기를 헤쳐갈 힘이 없었고,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정상화를 위해서 약 1조 원 가량의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그러나 결국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지나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하고 말았습니다. 1조 원을 투입했으나 극동건설은 살아나지 못했고, 그룹 전체가 매각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II) 태양광 사업 - 태양광 원자재 제조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웅진은 2006년 태양광 핵심소재인 잉곳과 웨이퍼를 제조하는 웅진에너지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그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폴리실리콘은 전세계적으로 투자 및 공급과잉이 되어 치킨게임이 시작되었고, 웅진과 같이 규모가 작은 업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2012년 웅진폴리실리콘은 부도를 맞았으며, 웅진에너지는 2020년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가 기업회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웅진그룹은 위와 같이 신규사업으로의 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그룹 대부분 계열사가 매각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웅진그룹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싶습니다.

① 컨설턴트 결과만을 무조건 맹신하여 경험도 없는 건설업에 너무나도 무리하게 진입했다.

    애초에 컨설턴트가 B2C 위주의 웅진그룹에게 왜 건설업 진출을 권했는지부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러한 컨설턴트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하여 건설업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수 전 실사를 통해 극동건설이 이미 과도한 투자금 회수로 인해 껍데기만 남은 기업임을 충분히 발견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인수대금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했으나 오히려 2배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쓰레기를 가져왔다.

 

② 태양광과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있었으면 재무계획을 더욱 면밀히 가져가야 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면 건설업은 무조건 해야한다'라는 식의 무계획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태양광 사업에 진입하면서 건설업에는 왜 진출하였는가? 해당 시기에는 태양광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

    면서 너도나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던 시기였다. 이제 막 태동하는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

    다는 것이며, 적자를 감수할 각오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한다. 웅진그룹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지속 투자를 할 기초체

    력이 있었으나, 극동건설 인수로 인해 여력을 모두 잃어버렸다.

 

웅진그룹 이외에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서 많은 피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현재는 한국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 및 준비가 되었고, 제도적으로도 많은 개선이 이뤄진 상태이다.

웅진그룹의 예를 보았을 때에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해 제도적으로 규제가 없다면 멀쩡한 그룹을 풍비박산 낼 정도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다음 망한그룹 시리즈는 동부그룹(現 DB그룹)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