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쀼의 경제 이야기/망한 기업 시리즈

갓쀼의 망한 기업 - 1탄 [금호아시아나는 왜 몰락했을까?]

갓쀼 2020. 10. 9. 12:00

안녕하세요!

부동산 & 경제 전문 블로거가 되고싶은~ 갓쀼입니다~

 

갓쀼의 부동산 교통 호재 시리즈와 더불어 망한 기업 시리즈를 함께 연재하고자 합니다.

 

망한 기업 시리즈는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인해 기구한 처지에 몰린 기업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 순간의 잘못된 경영판단은 잘나가던 회사도 휘청거리게 만드는데요.

오늘은 금호그룹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금호그룹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하여 매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입니다.

(정확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입니다.)

한때 재계서열 10위권에 위치했던 금호그룹이 어떻게 핵심사업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몰렸을까요?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금호그룹의 태동과 전성기

금호그룹의 명칭은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호인 금호(錦湖)에서 본따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호남 지역에서 금호고속을 기반으로 성장하였으며, 건설(금호산업), 석유화학(금호석유화학), 타이어(금호타이어) 등의 사업을 추가하며 덩치를 키워나갔습니다. 이후 제 5공화국 시절 제2 민항사 사업자로 선정되어 항공산업을 사업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재계 10위권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아시아나항공이 이 시기에 설립되었으며, 금호그룹의 가장 핵심적인 계열사로 성장했습니다.

 

금호그룹 로고변천 - 좌(과거), 우(2006~현재)

이렇듯 금호그룹은 매우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2000년대 초반까지 매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금호그룹이 B2B와 B2C를 모두 아우르는 매우 바람직한 형태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 각의 사업들이 연계성을 가지고 있었고, 고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가던 금호그룹이기 때문에 현재의 무너져가는 모습이 더욱 더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2. 금호그룹 초대형 악재.. (마이너스의 손 박삼구 회장)

순탄한 길을 걸어오던 금호그룹의 앞날에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을 지휘하면서 시작된 형제 간 분쟁으로 인한 먹구름이었습니다.

 

먼저, 금호그룹의 독특한 형제공동경영체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타계 이후, 2세 경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독특한 것은 금호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지 않고, 창업주 2세 형제 간 그룹 회장 지위를 승계하며 경영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제 경영은 2002년 박정구 3대 회장 (창업주 2세 4남 중 2남)이 작고하기 전까지 잘 작동하였습니다. 2대 회장 장남 박성용 회장의 주도로 작성된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 기초하여 분쟁없이 그룹경영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초기 형제공동경영합의서 주요내용>

그룹 회장직은 65세까지이며 최장 10년을 넘기지 않을 것

회장직은 4가계 합의로 추대할 것

4형제가 그룹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할 것

 

형제공동경영합의서의 주요 컨셉은 4형제 가문 간 "동등한 지위"를 근간으로 한 의사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 박삼구 회장이 4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변화기류가 감지되었습니다.

(금호그룹이 나락으로 떨어진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삼구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면서 차근차근 형제공동경영합의서를 수정해갑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마치 독재정권에서 헌법을 고치듯 자기 입맛에만 맞춘 수정이었으며, 이로 인해 동생 4남 박찬구 회장과 큰 갈등을 빚게 됩니다.

 

<박삼구 회장의 경영합의서 변경사항>

그룹 회장직 65세, 최장 10년 조항 삭제

(의역 : 죽을 때까지 나혼자 회장 해먹겠다.)

 

그룹 회장에 대한 4가계 의견 엇갈릴 시 다수결 원칙 & 연장자 의견에 따름

(의역 : 기득권을 가진 나한테 유리한 조항이고, 형들이 다 죽은 이상 가문에서 내가 연장자이다. 고로 말 잘들어라.)

 

그룹 존속을 위해 그룹 분할, 해체 금지

(의역 : 내가 죽어도 내 새끼들한테 물려줄테니, 다른 형제 가문에서 그룹분할한다는 소리하지 마라)

 

이렇듯 그룹의 근간을 이루던 형제경영합의서를 자신의 입맛대로 수정하니, 동생 박찬구 회장과 큰 갈등을 빚게 됩니다.

 

 

 

아울러 두 형제는 경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형 박삼구 회장은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워나가기를 원했고,

동생 박찬구 회장은 너무 큰 리스크를 감안하기보다는 현재의 사업에 집중하고 내실을 키워나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룹의 주도권은 형인 박삼구 회장에게 있었고, 박삼구 회장은 이 시기에 대규모 M&A를 잇달아 성사시키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현재 사업에 집중하기를 원했던 박찬구 회장은 너무나도 리스크가 큰 대규모 M&A에 대해서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형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박삼구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합의서 변경 및 경영철학의 차이로 인해 독자경영노선을 걷기 시작합니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본인 소유의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을 장악한 박찬구 회장은 형과 결별하여 독자경영을 시작했으며,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거쳐 별도의 그룹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금호그룹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들도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속한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엄연히 다른 그룹사입니다.

참고기사 : 대법원,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다른 기업 집단"

 

아이러니하게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핵심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위기에 놓였으며,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처지입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본래 사업에만 집중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경영에 답은 없다고 하지만, 명확한 철학과 계획이 없는 인수합병은 그룹 전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감한 판단도 항상 철저한 계산과 이성에 기반하여 진행되어야 합니다.

금호석유화학 최근 1년 주가 추이 - 내실에 집중한 안정적인 경영의 표본이다.

반면, 박삼구 회장이 과연 철저한 계산과 냉철한 리스크 판단을 기초로 하여 인수합병을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박삼구 회장은 2006년 초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하였고, 2008년에는 물류 운송 부분 최강자 대한통운을 인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자산이 급성장하여 한 때는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 7위까지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너무나도 큰 리스크를 금호그룹에서 부담하면서까지 진행했던 무리한 M&A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호그룹에 유동성 위기를 불러옵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 지분 약 70%를 시장가보다 약 2조 이상 비싼 6조 4255억원에 매입하였습니다. 문제는 인수대금을 거의 빚으로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통해 마련한 2조9000억원의 대부분은 금융회사들로부터 빌린 차입금이었으며, 나머지 약 3조 5000억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우건설이라는 초거대 기업을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주고 그 재원도 모두 빚을 통해서 해결한 것입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식을 약 2만 6000원에 인수하였는데, 3년 뒤 주가가 약정된 금액까지 상승하지 않으면 3만 4000원에 재매입하는 옵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문제는 인수금액 자체도 당시 시장가 1만 5000원 대비 70%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었는데, FI들과 체결한 옵션금액은 당시 주가 대비 2배가 넘은 금액이었던 것입니다.

 

즉, 주가가 3년 내 2배 이상 오르지 못하면 해당 주가 차액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구조였죠.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것인지,,,,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인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인수 후, 대우건설 주가는 지속 하락세였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금호그룹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됩니다. 대우건설 하나만 인수해도 감당이 안되는 계약이었는데,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서 금호아시아나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대우건설 인수자금 조달 내역 - 다시봐도 어마무시한 금융리스크...

 

이후에도 박삼구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태는 지속되었습니다. 비우량계열사 지분을 우량계열사에 부풀린 가격으로 매각하여 우량기업의 자산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을 저질렀습니다. 후에 이러한 행태가 탈이나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는 등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을 행태를 많이 저질렀습니다.

(실제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금호그룹에 편입되었다가 떨어져나가면서 기존 대비 많은 자산가치를 상실했습니다.

 금호그룹의 다른 우량계열사들도 비우량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하면서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이렇듯 궁지에 몰린 박삼구 회장은 결국 그룹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현대산업개발(HDC)측과 매각협상이 잘 되가던 중 코로나로 인해 HDC 측에서 발을 빼며 당분간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속하게 되어 아직까지는 대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금호그룹에 대한 배경사항부터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몰락하게 된 대우건설 M&A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종종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가 아닌, 대한통운만 인수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해서 상상해봅니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시점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이지만, 대한통운 자체적으로 현금창출력이 준수한 회사였고, 금호그룹의 기초체력이라면 해당 유동성 위기를 버텨냈을 수도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을 보유한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생 박찬구 회장은 내실에만 집중하여 그룹을 성장시키지 못한 기업인, 형인 박삼구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과감한 결단으로 그룹의 가치를 극대화한 경영자로 지금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모든 결과를 다 알고있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는 의미 1도 없는 분석입니다만!

 

두 형제의 경영스타일을 통해 어떤 것이 맞는 경영철학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경영철학일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과거 금호그룹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요즘 한창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